명량수도는 2위의 두 배 — 전국 조류 유속을 재봤습니다
"울돌목 물살이 세다"는 말은 다들 압니다. 그런데 얼마나 센 건지, 다른 바다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릅니다. 전국 조류 지점을 한꺼번에 계산해 봤더니 생각보다 격차가 컸습니다.
199곳을 하루치 계산했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전국 204개 조류 예보지점의 최강 창·낙조와 전류(물돌이) 시각을 예보합니다. 이 가운데 예보값이 있는 199곳을 대상으로 같은 날 하루의 최강 유속을 뽑아 한 줄로 세웠습니다.
1위 명량수도 319cm/s
| 순위 | 지점 | 최강 유속 | 환산 |
|---|---|---|---|
| 1 | 명량수도 | 319cm/s | 약 6.2노트 |
| 2 | 거차수도 | 152cm/s | 약 2.9노트 |
| 3 | 흑일도남측 | 137cm/s | 약 2.7노트 |
| 4 | 경치동수도 | 136cm/s | 약 2.6노트 |
| 5 | 가의도북동측 | 135cm/s | 약 2.6노트 |
| 6 | 장죽수도 | 130cm/s | 약 2.5노트 |
| 7 | 금오수도 | 127cm/s | 약 2.5노트 |
| 8 | 태종대남측 | 126cm/s | 약 2.5노트 |
| 9 | 맹골수도 | 125cm/s | 약 2.4노트 |
| 10 | 초도남측 | 124cm/s | 약 2.4노트 |
순위표를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했습니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167cm/s입니다. 2위부터 10위까지가 152~124cm/s로 촘촘하게 붙어 있는데, 명량수도 혼자 두 배 넘게 튀어 올라 있습니다. 보통 이런 순위표는 1위부터 완만하게 내려가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1위가 아예 다른 무리에 속해 있습니다.
전국 중앙값은 47cm/s입니다. 명량수도는 그 6.8배입니다. 2노트(약 100cm/s)를 넘는 곳이 199곳 중 20곳뿐이고, 20cm/s에도 못 미쳐 거의 정체에 가까운 곳이 16곳입니다.
울돌목의 하루
명량수도 하루 예보를 시간순으로 펼쳐보면 이 바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 시각 | 유속 | 흐름 방향 |
|---|---|---|
| 01:42 | 189cm/s | 143° |
| 05:06 | 0 | — 전류(물돌이) |
| 07:25 | 177cm/s | 333° |
| 10:31 | 0 | — 전류 |
| 12:57 | 184cm/s | 144° |
| 16:19 | 0 | — 전류 |
| 19:34 | 319cm/s | 332° |
| 23:31 | 0 | — 전류 |
방향이 143° ↔ 332°로 정확히 반대입니다. 남동쪽으로 쏟아지다가 멈추고, 다시 북서쪽으로 쏟아지다가 멈추기를 하루 네 번 반복합니다. 그 사이 유속이 0이 되는 순간이 전류, 물돌이입니다.
주목할 것은 같은 날인데도 189 → 177 → 184 → 319로 마지막 한 번만 유독 강하다는 점입니다. 조석과 지형이 겹치는 타이밍에 따라 같은 자리에서도 유속이 배 가까이 달라집니다. "울돌목은 세다"는 한마디로 뭉뚱그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왜 여기만 이럴까
명량수도는 진도와 육지 사이의 좁은 물목입니다. 넓은 바다에서 밀려온 물이 이 좁은 통로로 한꺼번에 빠져나가야 하니 속도가 붙습니다. 강화대교가 좁은 수로 안쪽이라 조차가 낮게 나오는 것과 같은 지형 효과인데, 조류에서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 좁으면 물이 빨라집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명량해전이 떠올랐습니다. 열두 척으로 열 배 넘는 적을 막아낸 그 바다가, 400여 년이 지나 예보 데이터로 계산해 보니 전국에서 압도적 1위로 나온다는 게 묘했습니다. 지형을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 숫자가 뒤늦게 설명해 주는 기분이었습니다.
해역별로 보면
| 해역 | 지점 수 | 중앙값 | 평균 | 최대 |
|---|---|---|---|---|
| 서해 | 99곳 | 58cm/s | 67cm/s | 319cm/s (명량수도) |
| 남해 | 93곳 | 40cm/s | 48cm/s | 152cm/s (거차수도) |
| 제주 | 5곳 | 34cm/s | 35cm/s | 41cm/s (성산포) |
| 동해 | 2곳 | 40cm/s | 35cm/s | 40cm/s (울산신항) |
서해 중앙값이 남해보다 1.5배 가까이 높습니다. 조차가 큰 바다가 곧 물이 빨리 흐르는 바다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물이 드나들어야 하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동해 조류 예보지점이 2곳뿐인 것도 눈에 띕니다. 조차가 30cm대인 바다에서는 조류 예보의 실익이 크지 않으니 지점을 촘촘히 둘 이유가 없습니다. 숫자가 적다는 것 자체가 그 바다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낚시하는 입장에서
유속은 세면 세서 문제고 약하면 약해서 문제입니다. 물이 아예 안 가면 미끼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아 입질이 뜸하고, 너무 세면 채비가 뜨거나 배를 세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전에서 중요한 건 최고 유속 자체보다 언제 멈추고 언제 방향이 바뀌는가입니다. 명량수도 표에서 유속이 0으로 찍히는 시각이 바로 그 지점이고, 그 전후가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입니다.
⚠ 안전 유속 319cm/s는 초당 3m 넘게 흐른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헤엄쳐 거스를 수 있는 속도가 아닙니다. 물살이 센 수도(水道) 지역에서는 구명조끼 착용과 선장의 판단을 반드시 따르시고, 전류 시각을 미리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내가 갈 곳은 — 조류 예보지점에서 204곳의 오늘 최강 창·낙조와 전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점을 고르면 시간대별 유속과 방향이 표로 나옵니다.
참고 자료: 국립해양조사원 조류 예보 — 전국 204개 조류 예보지점 중 예보값이 있는 199곳 · 국립해양조사원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
최종 수정: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