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에는 물이 좋다"가 안 맞는 이유 — 절기와 물때는 매년 어긋납니다
"경칩 지나면 물이 산다", "청명 무렵이 좋다" 같은 말을 낚시터에서 종종 듣습니다. 절기와 물때를 묶어 기억하는 셈인데, 정말 그래도 되는지 24절기를 물때와 나란히 놓고 세어봤습니다.
절기와 물때는 서로 다른 달력을 씁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태양의 위치로 정해집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를 24등분한 것이라 매년 양력 날짜가 거의 고정입니다. 동지는 늘 12월 21~22일, 하지는 늘 6월 21일 무렵입니다.
반면 물때는 음력을 따릅니다. 달의 삭망 주기(약 29.5일)에 맞춰 돌아갑니다. 음력 1년은 양력보다 약 11일 짧습니다.
기준이 다른 두 체계를 겹쳐 놓으면 당연히 어긋납니다. 문제는 얼마나 어긋나느냐입니다.
같은 절기, 다른 물때 — 해마다 네 칸씩 밀립니다
| 절기 | 2025년 | 2026년 | 2027년 |
|---|---|---|---|
| 입춘 | 2/03 · 12물 | 2/04 · 8물 | 2/04 · 4물 |
| 청명 | 4/04 · 13물 | 4/05 · 9물 | 4/05 · 5물 |
| 하지 | 6/21 · 2물 | 6/21 · 13물 | 6/21 · 8물 |
| 추분 | 9/23 · 8물 | 9/23 · 4물 | 9/23 · 조금 |
| 동지 | 12/22 · 9물 | 12/22 · 5물 | 12/22 · 1물 |
서해 7물때식 기준
양력 날짜는 거의 그대로인데 물때만 계속 앞당겨집니다. 입춘은 12물 → 8물 → 4물, 동지는 9물 → 5물 → 1물로 정확히 네 칸씩 내려갑니다. 추분은 8물 → 4물 → 조금으로, 2027년엔 물이 가장 적게 움직이는 날에 걸립니다.
즉 "추분 무렵엔 물이 잘 간다"는 경험이 2025년에는 8물이라 맞았더라도, 2027년에는 조금이라 정반대가 됩니다. 절기 이름만으로는 물때를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밀리는지 세어봤습니다
다섯 해(2024~2028)의 24절기를 이어 붙여 연도 간 이동 폭 96쌍을 세어봤습니다.
| 이동 폭 | 횟수 | 비율 |
|---|---|---|
| 네 칸 | 60 | 62.5% |
| 다섯 칸 | 18 | 18.8% |
| 세 칸 | 17 | 17.7% |
| 두 칸 | 1 | 1.0% |
네 칸이 압도적이지만 딱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음력 한 달이 29일일 때와 30일일 때가 섞여 있고 윤달까지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년 이 절기에 몇 물이었으니 올해도" 하는 식의 암산도 안 맞습니다. 어긋나는 방향은 일정한데, 어긋나는 양은 해마다 다릅니다.
2026년 24절기 전체
| 절기 | 날짜 | 물때 | 절기 | 날짜 | 물때 |
|---|---|---|---|---|---|
| 소한 | 1/05 | 8물 | 소서 | 7/07 | 조금 |
| 대한 | 1/20 | 8물 | 대서 | 7/23 | 1물 |
| 입춘 | 2/04 | 8물 | 입추 | 8/07 | 1물 |
| 우수 | 2/19 | 9물 | 처서 | 8/23 | 2물 |
| 경칩 | 3/05 | 8물 | 백로 | 9/07 | 2물 |
| 춘분 | 3/20 | 8물 | 추분 | 9/23 | 4물 |
| 청명 | 4/05 | 9물 | 한로 | 10/08 | 4물 |
| 곡우 | 4/20 | 10물 | 상강 | 10/23 | 4물 |
| 입하 | 5/05 | 10물 | 입동 | 11/07 | 4물 |
| 소만 | 5/21 | 11물 | 소설 | 11/22 | 5물 |
| 망종 | 6/06 | 12물 | 대설 | 12/07 | 5물 |
| 하지 | 6/21 | 13물 | 동지 | 12/22 | 5물 |
올해는 특이하게도 8물에 걸린 절기가 5개로 가장 많고, 4물이 4개로 뒤를 잇습니다. 조금에 걸린 절기는 소서 하나뿐입니다. 이 분포 역시 내년이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럼 절기는 낚시와 무관한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절기가 알려주는 것은 물때가 아니라 계절입니다.
절기는 태양 기준이라 수온·일조량·어종의 회유 시기와 잘 맞물립니다. "입추 지나면 무더위가 꺾인다", "한로 무렵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감각은 매년 같은 양력 날짜에 반복되므로 신뢰할 수 있습니다. 계절별 어종을 가늠하는 데는 절기가 좋은 지표입니다.
반대로 그날 물이 얼마나 가는지는 절기가 아니라 물때표를 봐야 합니다. 두 가지를 섞어 쓰면 어긋납니다.
정리하면 — 절기는 "언제쯤 무슨 고기가 붙나"를, 물때는 "그날 물이 얼마나 가나"를 알려줍니다. 역할이 다르니 둘 다 보시는 게 맞고, 하나로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왜 하필 네 칸일까
계산해 놓고 보니 숫자가 맞아떨어지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음력 1년은 양력보다 약 11일 짧습니다. 그래서 같은 양력 날짜가 이듬해에는 음력으로 11일쯤 뒤로 밀립니다. 그런데 물때는 15일 주기로 한 바퀴 돕니다. 11일 뒤로 밀리는 것은 15일 주기에서 네 칸 앞당겨지는 것과 같습니다. 표에 나온 네 칸은 여기서 나옵니다.
나머지 세 칸·다섯 칸은 음력 달이 29일과 30일을 오가면서 생기는 오차입니다. 윤달이 든 해에는 더 크게 튑니다. 위 96쌍 중 두 칸짜리 한 건이 그런 경우입니다.
덧붙여
옛말이 틀렸다기보다는, 그 말이 만들어진 해에는 맞았을 겁니다. 바닷일을 하며 몇 해를 겪은 감각이 한 문장으로 굳었는데, 하필 그 문장이 서로 다른 두 달력을 하나로 묶어버린 셈입니다. 말은 남고 하늘은 계속 움직였습니다.
절기와 물때를 함께 적어 놓고 보면 두 체계가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모양이 눈에 들어옵니다. 5년이면 대략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2024년 소한이 1물이었는데 2028년 소한이 다시 1물입니다. 그 사이 네 해 동안은 12물, 8물, 4물을 거쳤습니다. 옛말이 맞는 해가 5년에 한 번쯤은 돌아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 물때in은 날짜 옆에 음력과 함께 그날이 절기·공휴일이면 배지로 표시합니다. 홈이나 지점 페이지에서 오늘의 물때와 절기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한국천문연구원 특일 정보 — 24절기 (공공데이터포털) · 물때in 자체 음력·물때 계산 (삭 기준 천문 계산, 서해 7물때식)
최종 수정: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