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과 썰물,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 172개 지점의 지속시간 비대칭
물이 들어올 때와 빠질 때, 걸리는 시간이 같을까요. 조석표에 찍히는 만조·간조 시각 사이 간격을 전국 지점에서 모두 재봤습니다.
밀물과 썰물, 같은 시간이 걸릴까요
조석은 저조에서 만조로 올라갔다가(밀물) 다시 저조로 내려오는(썰물) 흐름을 반복합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반주기(약 6시간 12분)씩 같다고 배우지만, 실제 조석표를 보면 만조·저조 시각이 정확히 6시간 12분 간격으로 찍히지 않는 지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연속된 저조→만조 간격(밀물 지속시간)과 만조→저조 간격(썰물 지속시간)을 전국 조석 예보지점 172곳에서 직접 재봤습니다. 2026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1일치 예보에서 연속된 만조·저조 시각의 간격을 모두 구하고, 지점별로 밀물 지속시간의 중앙값과 썰물 지속시간의 중앙값을 비교했습니다. 지점당 밀물·썰물 각 119~120건, 전체 39,430건의 간격을 집계했습니다.
이 값이 해당 시기만의 우연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8월 1~14일과 9월 1~14일을 따로 떼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고 지점별로 비교했습니다. 두 기간의 비율은 상관계수 0.983으로 거의 일치했고, 172곳 중 밀물·썰물 우세가 뒤바뀐 지점은 2곳뿐이었습니다. 지점마다 고정된 지리적 성질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밀물이 더 빠릅니다
| 밀물/썰물 비율 | 지점 | 비율 |
|---|---|---|
| 0.9배 미만 (밀물이 뚜렷이 빠름) | 44 | 25.6% |
| 0.9~0.98배 | 68 | 39.5% |
| 0.98~1.02배 (거의 같음) | 6 | 3.5% |
| 1.02~1.1배 | 27 | 15.7% |
| 1.1배 이상 (썰물이 뚜렷이 빠름) | 27 | 15.7% |
비율은 밀물 지속시간을 썰물 지속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1보다 작으면 밀물이 더 짧게(빠르게) 끝나고, 1보다 크면 썰물이 더 짧게 끝난다는 뜻입니다. 172곳의 중앙값은 0.937로, 전국적으로는 밀물이 짧은 쪽이 우세합니다.
지점 단위로 나누면 밀물이 뚜렷이 빠른 지점이 112곳(65.1%), 썰물이 뚜렷이 빠른 지점이 54곳(31.4%), 둘이 거의 같은 지점은 6곳(3.5%)뿐입니다. "밀물과 썰물은 대칭"이라는 교과서적 전제가 실제로는 소수에게만 맞는 셈입니다.
해역별로 갈립니다
| 해역 | 지점 | 비율 중앙값 | 밀물 우세 | 썰물 우세 |
|---|---|---|---|---|
| 동해 | 37 | 0.906 | 34곳(91.9%) | 2곳(5.4%) |
| 서해 | 76 | 0.937 | 57곳(75.0%) | 18곳(23.7%) |
| 제주 | 7 | 0.963 | 4곳 | 1곳 |
| 남해 | 52 | 1.050 | 17곳(32.7%) | 33곳(63.5%) |
동해·서해는 밀물이 빠른 쪽이 압도적입니다. 특히 동해는 37곳 중 34곳(91.9%)이 밀물 우세입니다. 반대로 남해는 52곳 중 33곳(63.5%)이 썰물 우세로, 다른 세 해역과 방향이 뒤집힙니다.
남해 안에서도 서쪽과 동쪽이 갈립니다. 완도·청산도·소안항·어란진항처럼 전남 서부는 밀물이 빠른 쪽이고, 부산·거제·마산·진해·고현항처럼 부산·경남 쪽은 썰물이 빠른 쪽입니다. 서해에서 남해로 넘어가며 우세가 서서히 뒤집히는 모양입니다.
극단에 있는 지점들
| 지점 | 밀물 | 썰물 | 비율 |
|---|---|---|---|
| 강화대교 | 5시간20분 | 6시간59분 | 0.76배 |
| 장항 | 5시간25분 | 6시간53분 | 0.79배 |
| 보령 | 5시간28분 | 6시간49분 | 0.80배 |
| 교동대교 | 5시간31분 | 6시간47분 | 0.81배 |
강화대교는 밀물이 5시간20분 만에 끝나고 썰물은 6시간59분이 걸립니다. 밀물 쪽이 1시간39분 더 짧습니다. 장항·보령·교동대교도 같은 경기만·충남 갯벌 지대입니다.
| 지점 | 밀물 | 썰물 | 비율 |
|---|---|---|---|
| 목포 | 7시간9분 | 5시간14분 | 1.37배 |
| 송공항 | 7시간6분 | 5시간17분 | 1.34배 |
| 화봉리 | 7시간7분 | 5시간19분 | 1.34배 |
| 쉬미항 | 7시간1분 | 5시간27분 | 1.29배 |
반대쪽 극단은 전부 신안·목포 다도해입니다. 같은 서해인데도 경기만·충남 갯벌 지대와 정반대로 썰물이 더 빠릅니다. 좁은 섬 사이 물길이 많은 지형과 넓게 트인 갯벌 지형의 차이로 보입니다.
거의 대칭인 지점도 있습니다. 이어도(0.997), 안마도(1.003), 나로도(1.008)는 밀물과 썰물이 10분 안팎 차이로, 교과서적인 반주기 대칭에 가깝습니다.
조차 크기와는 무관합니다
동해는 하루 조차가 평균 20cm 남짓이고 서해는 평균 430cm로 20배 넘게 차이 납니다. "조차가 작은 동해는 오차로 비율이 튈 뿐 아니냐"고 의심할 만해서 확인했습니다. 172개 지점의 조차 크기와 밀물·썰물 비율이 1에서 벗어난 정도 사이의 상관계수는 0.075로, 사실상 무관합니다. 조차가 작다고 비대칭이 더 튀지는 않습니다. 비대칭은 조차 크기가 아니라 지형에 좌우되는 별개의 성질로 보입니다.
실전에서는
1. 밀물 우세 지점(경기만·충남 갯벌 지대, 동해 대부분)은 물이 빨리 들어옵니다.
갯벌에서 작업하다 철수 타이밍을 잡을 때 여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뜻이니 더 일찍 움직이시는 편이 낫습니다.
2. 썰물 우세 지점(신안·목포 다도해, 부산·경남 해안)은 물이 빨리 빠집니다.
만조 직후부터 갯벌·바닥이 상대적으로 빨리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3. 여기서 다룬 것은 들물·날물의 유속 비대칭과는
다른 수치입니다. 그쪽은 물이 흐르는 속도(cm/s)의 차이이고, 이 글은 만조·간조가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입니다. 같은 지점이라도 둘이 반드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물때in 지점 페이지에서는 그날의 만조·간조 시각이 순서대로 나옵니다. 두 시각 사이 간격을 직접 빼보면 그 지점의 밀물·썰물 지속시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의 한계
2026년 8월~9월, 두 달치입니다. 조석의 비대칭은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기간은 늦여름~초가을만 담고 있어 다른 계절의 값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안에서 전반부(8월)와 후반부(9월)를 나눠 비교했을 때 상관계수 0.983, 우세 방향이 뒤바뀐 지점이 172곳 중 2곳뿐이었던 것으로 볼 때, 적어도 이 계절 안에서는 지점의 고정된 성질에 가깝습니다.
고조·저조 간격이 14시간을 넘는 구간은 데이터 결측으로 보고 계산에서 뺐습니다. 동해처럼 조차가 20cm 안팎인 지점은 만조·저조 자체가 뚜렷하지 않아 시각 판정이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앞서 확인했듯 조차 크기와 비대칭 정도는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